- 행복한 아픔 - 등산을 다녀와서
PSC  |  10/14/14  |  조회: 686  

'몸은 괜찮아요?'

'어깨가 아픔니다. 근데 행복한 아픔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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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토기장이 등산이 있는 날.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코에 신선한 바람을 넣을 생각에

한 결 기분이 좋았다.

아내는 임신 6주가 되어서 등산코스를 완주 할 수 없어 중간지점까지 함께 하고,

나는 등산코스를 완주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이를 안고, 유모차를 끌고가는 일은 만만치가 않았다.

중간지점에 도착했을 때, 처음의 계획에 갈등이 생겼다.

8개월된 아이를 메고, 산에 오를 엄두고 나지 않고, 더구나 선두그룹과 너무 많이 차이가 나서

하다가 중간에 돌아오려니, 괜히 애만 고생시키는 것 같았다.

 

잠시 순간 고민했다.

'할까, 말까,'

 

'그래, 조금이라도 아들에게 등산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해 주자.

이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땀흘리는 것도, 헉헉데도 숨소리도, 또 가끔 불어오는 시원한 계곡의 바람도'

 

그것은 해보지 않으면, 평생 모를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띠를 다시 고쳐메고, 중간지점을 떠나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조금 전까지와는 판이하게 다른 길들.

길은 좁고, 험하고, 후끈한 더위가 땀을 흐르게 한다.

 

숨이 차고, 땀이 흐르고, 어깨는 천근만근.

이 체취는 고스란히 아이에게로 전달되었다.

아이는 어떤지. 고개를 떨궈보니.

세상에!!!

 

자고 있다.

세상 편하게 자고 있다.

내가 흘리는 땀을 고스란히 받고서는 말이다.

왠지 모를 미소가 마구 번져간다.

 

처음에 출발할 때는 누구든지 첫 번째로 내려오는 사람을 만나면 돌아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올라가도 올라가도 내려오는 사람이 없었다.

중간지점을 지나, 삼분의 이 지점까지 갔는데도 내려오는 사람이 없었다.

발에 속도를 붙였다. 거의 다 왔는데...

여기서 만나면 왠지 안타까울 것 같다.

(적당한 단어가 생각 안난다. 짜증? 억울? 암튼 거시기!)

 

조금만 더 가면 목적지 인데...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두둥!!

 

800m 정도가 남았을 쯤, 한 자매를 만났다.

세상에나, 내가 따라 잡은 것이다.

8개월, 아기를 데리고서 말이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나는 내 뒤로 3번의 박수 소리를 더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할 때 박수를 쳐 주었다.)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아, 어떻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내 아이도 평생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좋아하고, 자랑까지 했으면 좋겠다.

 

오늘은 참 행복한 날이다.

어깨 좀 아프면 어떠랴.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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